나이가 40대 중반이 되다 보니, 주변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물론 시대가 시대인지라 모두가 힘들게 살아가는 게 당연한 세상이 됐지만, 고민에도 수준이 있다고 본다. 어떤 사람은 하루하루 먹고사는 게 고민일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 고민일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그런 고민을 하기도 한다. 이들의 고민은 그 수준이 완전히 다르다. 평소에 어떤 고민을 하고 사는가에 따라 그 사람 삶의 수준도 차이가 날수 밖에 없으니, 이왕이면 발전적인 고민을 하면서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점점 나이만 먹어가는데 말이다. 

다소 잔인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사실 일과 적성에 대한 문제는 30대가 끝나기 전에 벌써 해결했어야 했다. 20대 때는 공부하고 취업하느라 정신이 없고 경험이 일천하니 그렇다 치더라도, 직장을 다니는 30대 라면 다른 그 무엇보다 나의 업(業)을 결정하고 해당 분야를 깊이 파는데 온 에너지를 쏟아야 할 것이다. 물론 30대는 그 나름대로 바쁘고 급한 일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평생 나와 함께할 동반자를 찾아야 하고 한 푼을 아껴 모아 내 집 마련도 해야 할 것이다. 또 사회적 지위가 있으니 차도 굴리고 여름휴가 때 짬을 내어 해외여행도 다녀와야 한다. 그런 걸 충분히 즐기더라도 내 업을 찾고 연구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전문 직업인을 위한 인맥 서비스인 링크드인(LinkedIn)에 가보면 수많은 직장인들의 이력을 볼 수 있는데 볼 때마다 느끼는 건, 같은 기간의 경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그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수준이란 회사의 간판이나 연봉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하나의 전문 직업인으로 봤을 때, 일을 얼마나 믿고 맡길 수 있는가에 대한 신뢰성을 말한다. 가령 누군가 모 대기업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라고 하자. 어떤 사람은 그저 ‘2010년 7월~2019년 11월, S전자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이라고만 적은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 밑에다가 본인이 참여했던 프로젝트를 모두 리스트업 하는 사람이 있다. 더 나아가 업무를 처리하면서 배웠던 점, 그로 인해 개발된 역량, 지인들로부터 받은 추천(endorsement) 등을 일목요연하게 기록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전자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이유는 따로 표현하지 않아도 이해가 갈 것이다. 

직장 경력 30년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정작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말 그렇다. 철강 회사에서 30년을 다닌 사람이라면 정말이지 철(iron)에 대해서는 척척박사 수준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 바닥에서 3년도 아니고 30년을 보냈지 않나! 철의 원소기호가 ‘Fe’라는 것은 너무 수준 낮은 질문이겠고, 철이 지구와 우주에서 천문학적, 물리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철은 생태계의 누가 어디에서 채굴해 와서 어떤 형태로 매입해 오는 것인지, 어떤 공정으로 만들어지고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또 산업용으로 쓰이는 철과 소위 ‘철분’으로 불리는 영양소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건지, 과거 맥주 공장 근로자들이 이상하게 머리숱이 많이 나길래 알아보니 맥주 효모 때문이라는 걸 발견했듯 혹시 제철소 근로자들은 철분 성분으로 인해 혈액 순환이 더 잘 되는지… 수없이 많은 주제와 소재로 이야깃거리를 풀어놓을 수 있어야 제대로 된 경력자 대우를 받지 않을까?

자, 그럼 이제 직장인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회사에 몸담고 일하다 보면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뭘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의지가 있다면 이제 당장 자신의 일에 대해 기록을 하도록 하자. 내 경력이 3년이건, 30년이건 간에 기억을 더듬어 내 직업에 대해, 나의 업에 대해 기록을 하자. 여기서 말하는 기록은 별게 아니다. 업무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상에 대한 기록, 내 업무에 대한 기록, 이 분야에서 일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s)들의 에피소드 등을 말한다. 시간이 흘렀을 때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말하자면 일기장과 역사책의 중간 정도 되는 스토리를 말한다. 내가 일하는 모든 것은 실무 경험이 되며, 그 분야에 대한 책을 읽고 연구를 했다면 그건 이론이 된다. 그 둘을 합쳐서 블로그에 기록하면 그것은 그야말로 나를 전문가로 만들어 줄 것이다. 적어도 인플루언서(influencer)로 이름을 알릴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내가 만일 애견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냥 시간만 때우지 말고 애견카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록해 보면 어떨까? 당신은 그 누구보다 애견카페에 있어서는 이미 전문가이니까! 심지어 동물병원 의사 선생님도 애견카페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다. 애견 주인들이 어떤 서비스를 좋아하는지, 어떤 목적으로 애견카페를 찾는지 등 기본적인 수요에 대한 패턴을 기록하는 것으로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 또한 퇴근하고 집에서 혹은 주말에 도서관에서 반려동물 관련 산업, 국내 애견카페 현황, 펫푸드, 펫케어에 대한 개괄적이고 때로는 구체적인 지식을 다룬다면 그것도 좋다. 더 나아가 반려동물 동반 가능 숙소나 강아지가 아플 때 응급처치 방법 등 다룰 수 있는 에피소드는 무궁무진하다. 10년간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의 애견카페를 운영한 사장보다 1년간 조금씩 꾸준하게 기록을 남긴 알바가 훨씬 훌륭한 경험자다. 

그럼 어디에 기록을 하면 좋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당연히 블로그 채널이다. 네이버 블로그(blog.naver.com) 혹은 다음 브런치(brunch.co.kr)가 가장 접근하기 쉽다. 개설에 대한 아무런 제약과 디자인 설정에 대한 부담이 없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알다시피 해당 업체의 검색엔진에 잘 걸리도록 배려해 주기 때문에 콘텐츠만 꾸준히 포스팅한다면 머지않아 꽤 많은 구독자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혹시 당신이 조금 더 욕심이 있다면 한걸음 더 들어가자. 바로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이다. 왜냐하면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면 구글 애널리틱스와 같은 툴로 미래의 타깃 고객을 가늠할 수 있고, 홈페이지 그 자체가 콘텐츠의 공신력을 담보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홈페이지 운영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다룰 것이다.  

한 가지 빠뜨린 것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이 너무 하기 싫거나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그대로 나의 전문분야로 이어 나가는 것이 베스트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럴 경우에는 내가 좋아하는 나의 취미나 특기 중에서 나의 업으로 전환시킬 만한 분야를 잡아야 한다. 그다음부터는 완전히 동일하다. 선정한 분야에 대해서 하루에 2시간씩 혹은 일주일에 10시간씩 반드시 절대적인 시간을 할애하여 그 분야에 대해 같은 방법으로 기록을 하는 것이다. 확신을 갖고 무조건 1년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로 그럴 만한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인정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분야이므로 결코 시간이 없을 리는 없다. 시간이 없다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취미나 특기를 나의 업으로 전환시키는 예를 한번 들어보자. 만일 누군가 향수가 너무 좋아 방 안에 수십 개의 향수를 사 모았고, 그러다 보니 향수에 대해 나름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는 참으로 복을 타고 난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기록할 만한 콘텐츠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 우선 매주 새로운 향수를 하나씩 구입한다. 처음에는 저렴하고 대중성 있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직접 향을 맡으면서 솔직한 느낌을 유튜브로 찍어 매주 업로드한다. 사람들은 내가 미쳐 알지 못했던 향수 이야기를 들을 것이고 가격, 역사, 인기에 대한 간접 체험을 할 것이다. 인터넷 상으로 향기를 직접 맡을 수는 없지만 진행자의 감각적인 표현과 서정적인 비유로 이미 향을 느낄 수 있으니 너무 좋다. 그러다 보면 하나 둘 팔로워가 늘어날 것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 자신감이 붙으면 밖으로 나가 멋진 남녀를 상대로 향수에 대한 평가 인터뷰 영상을 찍어 역시 매주 업로드한다. 물론 블로그를 병행하면 더 좋다. 이렇게 1년만 딱 해 보자. 1년 후에는 이미 당신은 향수 인플루언서가 되어 있을 것이다. 겉으로만 뻔지르르 해 지는 게 아니라, 실력으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게 된다. 이미 1년이면 52개의 향수, 2년이면 104개의 향수를 테스트하고 체험한 몇 안 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니 말이다. 어쩌면 전 세계에서 유일한 사람일 수도 있다. 물론 기존에 그러한 사람이 있더라도 전혀 상관없다. 행동으로 이행하는 사람은 1%도 안되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내가 업으로 삼은 일에 대해 꾸준히 기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쌓이면 그것이 바로 당신의 포트폴리오가 되고, 그것을 지렛대 삼아 독립이든 무엇이든 할 수가 있다. 직장인의 독립 선언은 그렇게 하는 것이다. / 스타트업세일즈연구소 유장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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